• 제 목 : [인터뷰] 손용 한국생산기술연구원 3D프린팅 제조혁신 시흥센터 센터장
• 일 자 : 2020-04-07
• 내 용
■3D프린팅 제조혁신센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3D프린팅 기술이 연구되어 온 지는 30여 년이 넘었지만 지난 2013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미래 제조업의 핵심기술로 강조하면서 최근에야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게 됐다. 국내에도 1998년부터 대학, 연구소, 테크노파크 등에서 관련된 기초 연구 및 교육, 시제품제작 용도로 3D프린팅 장비를 활용하였지만, 이를 생산 공정까지 연계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3D프린팅 기술이 우선 외국에서부터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향상되었고, 최근 다품종 소량 부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3D프린팅 기술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3D프린팅 공정을 하나의 체계적인 생산 공정으로 발전시키고자 소재부품산업 거점기관 지원사업의 목적으로 3D프린팅 기술기반 제조혁신지원센터 구축사업(2014년 7월~2020년 6월)을 추진하게 됐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3D프린팅 제조혁신센터는 3D프린팅으로 각종 산업 부품개발을 위하여 설계, 3D프린팅, 후처리, 평가 등 전후방 토털솔루션 기술을 확보하여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3D 스캐너, 금속 및 플라스틱 산업용 3D프린터, 후처리 장비 등 28종의 장비를 구축하여 기업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장비 외에도 해당 센터의 강점은 3D프린팅에 특화된 전문인력이 시흥센터에만 20명을 비롯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3D프린팅 관련 연구인력이 80여명 이나 배치됐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에게 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센터 웹사이트(www.kamic.or.kr)를 통해 각 지역이 담당하고 있는 특화산업과 장비 사양에 맞게 업무를 분배 및 협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이 3D프린팅으로 스테인리스스틸이나 타이타늄 산업용 부품을 만들고 싶다면 시흥센터와 연결하고 금형 수리 기술이 필요하면 대경 센터에 연결한다.
3D프린팅 기술만으로 사용 가능한 부품을 완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여, 해당 부품에 맞는 전·후방 공정도 같이 개발하여 연계해서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이 3D프린팅을 도입해보고자 하면 센터는 소재·형상·기능성 등 3D프린팅 제조 타당성 분석한 후 적합한 3D프린팅 장비·소재를 선택해 현장 사용자와의 설계 협의를 통하여 제작을 시작한다. 이후 후공정을 거쳐 완성된 부품에 대한 평가 및 성능 검증까지 제공하고 있다.
3D프린팅이 시제품제작 수준을 넘어 부품 제조기술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3D프린팅 공정에 맞는 품질 검증이 핵심이며 센터가 앞으로 중요시할 포인트이기도 하다.
국방 분야에서는 무기와 장비를 30~50년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 단종 및 노후화된 부품을 적기에 확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적으로 공군 제작 특기 정비병으로 30개월 병역의무를 수행하면서, 1960년대에 도입된 F-4 팬텀과 1980년대에 도입된 F-5 제공호 전투기를 수리하게 되어 부품조달에 대한 현장의 애로사항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무기체계 및 관련된 장비는 종류도 다양하며, 무엇보다 부품 하나만 수리하고 싶어도 모듈 단위로 판매하기 때문에 해외조달 부품에 대한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더욱이 단종된 모델에 대한 부품은 구할 수도 없으므로 정비창 현장에서 전문가들의 기술을 바탕으로 판금, 기계 가공, 주조 및 용접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고생하면서 대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비창 전문가들이 기존 제조기술만을 활용할 것이 아니라, 맞춤형 소량 생산에 적합한 3D프린팅 제조기술도 같이 활용하게 된다면 그 노고를 줄일 수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및 국방부와의 회의를 통하여 2017년 12월 MOU를 체결한 후 3D프린팅 도입이 가능한 노후·단종·해외조달 부품에 대한 선정 작업부터 정비창 현장 분들과 같이 시작하였다. 각 정비창에서는 수십 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기술 전문직 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3D프린팅에 관한 교육도 하면서 정비창 현장 분들이 기존 제조기술로 제작하기에 애로가 많고, 3D프린팅으로 제조 이후에도 현장평가가 가능한 부품을 우선으로 찾아 나섰다. 그 결과 10종에 대한 수요를 시작으로 3D프린팅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3D프린팅 된 발칸포 내부에 장착돼 배선과 전자기부품을 보호하는 부품인 ‘하우징 조절팬(Housing, Control pan)’에 대한 국방규격까지 마련하게 되었다. 이 부품은 그간 알루미늄 합금 주조와 용접을 통해 생산됐는데 매번 정비창에서 제작하기에 곤란하였고, 해당 모델에 맞는 형상도 다양하며 필요 수량도 20~50개에 불과해 3D프린팅으로 적용하기에 좋은 부품이었다. 해당 부품에 대한 3D프린팅 제조기술 확보 및 운영평가를 바탕으로 국방규격이 마련됨에 따라 해당 부품에 대해서는 기존 주조 공정만이 아닌 3D프린팅 공정도 활용하여 생산·공급할 수 있게 되어 3D프린팅 부품시장 확대에 이바지할 전망이다. 앞으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3D프린팅제조혁신센터에서는 향후 2년간 10여 개의 국방 부품에 대한 규격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해군 수요부품이 체인지블럭, 트라이플랜 등이 현장 운영평가를 받아 해당 부품에 대한 규격화도 진행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3D프린팅 기술에 관한 이해도 및 신뢰가 향상되면서 플라스틱 3D프린팅 기술부터 도입을 시작하고 있다. ■중소기업 기술이전 성공사례는
센터의 기술지원은 시제품제작 외에도 기술상담 및 자문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시제품제작은 300여건, 기술상담 및 자문은 260여건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장비 가동율은 거의 최대치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 시흥에 있는 링크솔루션 기업이 개발하고 아모레퍼시픽이 출시한 ‘아이오페 맞춤형 3D 마스크’다. 매장에서 얼굴 골격과 사이즈를 측정한 후 3D프린터를 이용해 즉석에서 하이드로 겔 마스크를 만들어 제공하는데 값비싼 화장품을 필요한 양만큼 마스크를 통해 피부에 전달할 수 있어 고급 마사지샵 등에서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당초 이 장비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장당 생산속도 중요한데, 센터가 확보한 하이드로겔 3D프린팅 공정 기술지원을 통하여 20초로 단축함으로써 상용화되었다. 이 기술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3D프린팅 분야 ‘혁신상(Innovation Award)’을 수상했다. 또한, 인천에 있는 3D프린터 장비 및 서비스 기업 헵시바에 장비설계 및 적층 공정기술을 이전해 PBF 방식 금속 3D프린터 출시를 돕고 있다. 이 제품은 중공업, 국방 분야에서 수요가 많은 스테인리스 부품을 제작할 수 있는 소형 장비로, 부품 생산 외에도 전문인력 양성 및 출력 경험 축적을 위한 교육용으로도 많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한 플랜트 업체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으로 3D프린팅을 적용해 개발한 차세대 원자로 핵연료 집합체 하단 지지 격자 부품은 기존 제작방식대비 비용은 절반으로 줄이고 제작 기간도 2개월 이상 단축하는 효과를 거뒀다. 또한 DfAM(적층제조 특화설계)을 통해 냉각효율도 20% 이상 개선하였다. ■적층제조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점은
우리나라는 3D프린팅 후발주자이나 정부 지원을 통해 단기간에 기술력을 확보함에 따라 관련 장비, 소재, 서비스 회사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적층제조 부품 상용화 사례가 없다 보니 투자가 이어지지 않고 전문인력도 모이지 않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3D프린터는 설계도만 있으면 누구나 똑같이 부품을 만들 수 있는 장비가 아님을 우선 이해해야 한다. 3D프린터는 사용 목적에 맞게 다양한 방식이 있으며, 같이 장비에서도 출력물 형상에 따라 공정조건도 미세하게 설정해주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3D프린팅 전문인력이 모여 있는 센터조차 금속 3D프린팅을 위해 제작하고자 하는 형상 및 목적에 맞게 공정조건을 수정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외국에 나가 배우고 있다. 3D프린팅 업계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여 사용자가 출력을 쉽게 하려고, 공정데이터 기반 적층 시뮬레이션, 공정 모니터링, 사용자 맞춤형 S/W 기술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현재 3D프린팅 기술로 사용 가능한 수준의 산업용 부품을 만들기 위해선 3D프린팅 기술이 적용 가능한 부품을 선별하여, 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공정, 품질인증 등 통합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국내산업 수요에 맞는 3D프린팅 제조기술을 확보하고 적용사례를 늘려나가는 것만이 3D프린팅 산업을 키우는 길이며, 이러한 것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3D프린팅 기술에 관한 관심 및 이해가 필요하다. 센터는 그간 확보한 공정기술로 부품 상용화를 위해 시제품제작에 이은 시편단위 평가 및 부품단위 평가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앞으로는 시편단위 평가-부품단위 평가-현장모사 평가를 하여 관련된 데이터를 만들고 쌓아나가야만 현장에서 3D프린팅으로 제작된 부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활용사례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계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3D프린팅이 국한된 사용처, 낮은 속도, 효율성 등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조혁신기술로 기대되는 이유는 적합한 사용처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방 분야에서의 협업을 통해 확신을 갖게 되었다. 또한 링크솔루션과의 협업을 통한 세계 최초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3D프린터가 CES에서 인정받고 아모레퍼시픽을 통해 상용화될 수 있었던 것도 3D프린팅 기술이 적합한 수요를 잘 찾은 것이 주요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3D프린팅 제조혁신센터는 지속해서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3D프린팅 상용화 기술지원을 통해 제조혁신 생태계 구축에 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국방, 발전, 항공우주, 자동차, 의료 분야와 같이 3D프린팅 기술 도입이 필요한 산업부터 적용 가능한 부품을 발굴하여 제조기술을 확보해나가면, 다양한 기업들이 3D프린팅 기술을 도입하고 그만큼 활용사례가 증가하면서 시장 활성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제품 고도화가 필수적인 우리 제조기업들이 3D프린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 -출처 : http://www.amenews.kr/news/view.php?idx=41999&mcode=m75fv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