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사] 설계도만 있으면 원하는 물건이 뚝딱, 3D프린터의 국산화를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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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산기술연구원 3D프린팅제조혁신사업단 이협 선임연구원, ㈜헵시바 기술연구소 메카트로닉스팀 윤주영 책임연구원
입체적인 물건을 뚝딱 만들어 내는 3D 프린터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못 만드는 게 없다.
특정 소프트웨어로 그린 3차원 설계도만 있으면 원하는 물건을 곧바로 손에 쥘 수 있다. 그래서 다품종 소량생산에 걸맞은 최적의 기술이다.
특히 금속을 소재로 하는 금속 3D프린터는 우주항공·의료·국방 등의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금속 3D프린터 시장은 외산 장비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 이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은 폴리머 소재를 활용한 3D프린팅의 독보적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헵시바와 손잡고 국내 금속 3D프린터 상용화에 나섰다.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맞춤 제작의 핵심 3D프린터

최근 새로운 기술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제조산업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이 중 기존의 복잡하고 긴 제조 과정을 단순화시키는 3D프린터는 제조업의 혁신 기술로 꼽힌다. 게다가 활용하는 소재에 따라 이용하는 분야도 다양해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으로 폴리머, 세라믹, 금속 등을 소재로 활용하며, 의료 분야는 물론 건축·엔터테인먼트·패션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발하게 이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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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헵시바와 3D프린팅을 개발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이협 선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기존에는 대량생산 기술이 각광받았다면, 최근에는 여러 품종을 수요에 맞춰 소량 생산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3D프린터는 복잡한 형상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어 유연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니즈를 만족시키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미래 신 성장 동력으로 3D프린터에 주목한 ㈜헵시바는 2012년 ‘3D 솔루션 사업부’를 신설하였고, ‘벨츠(Veltz)3D’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3D프린터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치아 보철물 제조 시 사용하는 치과용 폴리머 3D프린터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8년부터는 금속을 소재로 활용하는 3D프린터 개발에 나섰다.

생기원 이협 선임연구원은 “㈜헵시바는 폴리머 3D프린팅 기술에 대해서는 독보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었어요. 그렇기에 향후 고부가가치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금속 3D프린터를 충분히 개발하고, 역량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생기원은 ㈜헵시바를 파트너 기업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으로 기술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라며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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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헵시바에서 개발한 3D프린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 노하우와 현장 경험이 어우러져 3D프린터 국산화 앞당겨

한편 ㈜헵시바는 금속 3D프린터 제작을 위한 장비 설계부터 어려움에 부딪혔다. 국내 금속 3D프린터의 경우 주요 기술 및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편이었고, 기존에 개발했던 폴리머 3D프린터와는 크기부터 사용되는 부품 및 장비까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폴리머 3D프린터는 소재를 가열할 수 있는 히터가 핵심 기술이자 핵심 부품이다. 반면 금속 3D프린터는 금속 파우더를 녹여서 물건을 출력해야 하기 때문에 금속 파우더를 녹이기 위한 레이저, 레이저 방향을 바꿔주는 스캐너, 장비 내부에서 발생하는 흄(Fume, 연기)을 정화하기 위한 정화장치 등 수많은 핵심 부품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헵시바는 탄탄한 3D프린터 개발 기술이 있었음에도 금속 3D프린터 개발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헵시바의 윤주영 책임연구원은 “금속 3D프린팅은 국내에서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었죠. 게다가 저희는 전자, 소프트웨어 등 소형장비를 위주로 개발해왔기 때문에 핵심 부분에 대한 개발 방향을 설정하는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생기원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생기원의 이협 선임연구원의 연구팀은 금속 3D프린터 중에서도 PBF1) 방식의 프린터 장비를 개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개발한 장비를 이용해 출력물을 뽑아 서비스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공정 연구도 진행되어 있던 상황. 그래서 이협 선임연구원은 “금속 3D프린터를 설계하는 것부터 부품 테스트, 제작 및 운용까지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헵시바에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 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헵시바와 함께 연구하면서 얻은 바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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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PBF : Powder Bed Fusion, 프린터는 금속 분말을 바닥면에 얇게 도포하고 레이저나 전자빔으로 설계형상대로 스캔하여 녹여 붙이는 작업을 층층이 반복하여 3D형상을 만드는 방식
2)생기원과 ㈜헵시바가 함께 개발한 금속 3D프린터 ‘VELTZ 120M’

“생기원은 실험실 레벨에서 연구를 하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문제들에 곧바로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때 경험이 풍부한 ㈜헵시바와 협업하며 문제를 풀어갈 수 있었고, 그래서 더욱 좋은 솔루션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기원이 지원한 부분은 크게 3가지로 금속 3D프린터 장비설계 및 제작 기술, 장비운용 기술, 공정연구 기술이다. 금속 3D프린터 개발 시 가장 큰 어려움은 장비에 들어갈 부품 선정이다. 센서, 모터, 레이저, 스캐너 등 3D프린터 장비 내에 어떤 부품을 넣느냐에 따라 3D프린터의 성능이 달라진다. 그만큼 수많은 연구와 테스트가 필요하며, 소모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공정기술 연구도 마찬가지다. 금속을 녹이는 레이저의 출력, 스캔 속도, 스캔 간격 등 고려할 부분이 매우 많다.

㈜헵시바 윤주영 책임연구원은 “생기원의 기술지원을 통해 개발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여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고, 짧은 시간 내에 전시회 출품 및 제품 판매까지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헵시바에서 단독으로 금속 3D프린터를 개발했다면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 걸렸을 거예요. 그런데 생기원을 만난 덕분에 개발기간을 1년 반으로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국산 금속 3D프린터가 널리 상용화되는 그날까지

생기원과 ㈜헵시바가 함께 개발한 금속 3D프린터는 2019년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현재 2대를 판매해 국산 3D프린터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협 선임연구원은 “해외 기업들에 비해 3D프린터 개발 역사가 짧기 때문에 아직 그 정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작고 세밀한 제품을 만드는 기술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수준에 근접했다”라고 강조했다.

㈜헵시바는 생기원으로부터 지원받고 함께 연구했던 장비운용 기술, 공정연구 기술 등을 바탕으로 현재 치과용 금속 3D프린터를 개발했다. 이 기기는 그리스, 터키 등 해외 수출에도 성공하여, 국내외에 10대 정도 판매되는 성과를 보였다. 이에 대해 ㈜헵시바의 윤주영 책임연구원은 “생기원과의 협업이 있었기에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생기원과 ㈜헵시바는 금속 3D프린터의 국산화에 멈추지 않고 정부과제를 공동으로 연구하며 기술협력 중이다. 앞으로 금속 3D프린터 상용화 연구 및 출력서비스 등을 통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연구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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