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로봇·AI·3D프린팅·사물인터넷·사이버 등 기술 접목위해
국방부, 4차산업혁명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단 만들어
지난해 11월 제1회 ‘육군 드론봇 챌린지’에 등장한 국산 공격 드론.
지난 15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 정경두 국방장관, 육·해·공군 참모총장, 남세규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등 군 수뇌부가 속속 들어섰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이 주최하고 한국방위사업연구원이 주관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방위산업 발전방향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많은 군 수뇌부가 한꺼번에 방산 세미나에 참석한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이날 세미나엔 당초 예상 인원 150여명의 두배가 넘는 관계자들이 몰려들어 세미나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되돌아가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방산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열린 이날 세미나장 입구엔 드론 무력화 장비, VR(가상현실)/AR (증강현실) 훈련장비 등 국내 중소업체들이 만든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 방산장비들도 전시됐다.
안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방위산업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도 축사를 통해 “우리 군은 변화를 주도하면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활용해 강력한 군사력을 건설하고 국방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글로벌 항공방산 중견기업인 휴니드테크놀러지스(이하 휴니드)는 글로벌 3D 프린팅 대표업체인 독일의 EOS와 함께 인천 송도 휴니드 본사 내에 3D프린팅 사업을 위한 ‘AM(Additive Manufacturing·적층 제조) 기술혁신센터 개소식을 열었다.
3D 프린팅 기술은 제조할 때 형상의 제약이 없고, 경량화와 생산효율 향상을 가능하게 해 항공·방산 분야에서 그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항공 분야에서는 2022년까지 연평균 27%의 성장률을 보이며 30억5790만 달러(한화 약 3조65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석 휴니드 대표이사는 “EOS와의 협력을 시작으로 제조 기업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술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3D프린팅과 같은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이행, 글로벌 항공시장 내에 입지를 강화하며 경쟁력을 키워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휴니드가 AM기술혁신센터에 설치한 금속 3D 프린터는 품질관리 기능인 광학 단층촬영 능력(Optical Tomography)을 국내 최초로 보유한 장비다.
◇미, 군집드론 등 ‘게임 체인저’ 개발 박차
최근 우리 군과 방산에서도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하고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군·무기체계와 접목될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드론(무인기), 로봇, AI(인공지능),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사이버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국방부는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을 위해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방혁신추진단’을 만들었다. 국방차관을 단장으로 국방운영, 기술기반, 전력체계 등 3개 혁신팀으로 구성돼 30여명의 국·과장급이 참여하고 있다. 방사청도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엔 미국·중국·이스라엘 등 선진국 군의 4차 산업혁명 관련 노력들이 자극제가 되고 있다. 가장 앞서가고 있는 미국은 미래전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리는 군집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0월 미 캘리포니아주 차이나레이크 시험 비행장 상공에서 FA-18 수퍼 호넷 전투기 3대가 소형 무인기 ‘퍼딕스’ 103대를 투하, 자율적인 군집비행을 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정도 대규모 무인기들이 자율 군집 비행을 한 건 처음이었다. 이들은 ‘두뇌’로 불리는 중앙처리장치 명령 체계를 공유하면서 그룹별로 무인기 수를 변경하고 다른 무인기들과 상황에 따라 비행 상태를 조절하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AI 무인기 시대를 알린 셈이다.
미 해군은 2014년 8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무인 보트 13척을 동원해 함정 호위 시험을 했다. 미 해병대는 상륙전에 사용할 무인 군집 상륙돌격장갑차, 미 육군은 자율주행 차량 여러 대로 이뤄지는 지상 군집 로봇을 시험하고 있다.
중국도 미국 다음으로 가장 활발하게 군집 드론·로봇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무인 보트 56척을 군집으로 운용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미국보다 큰 규모의 무인 보트 운용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방산의 4차 산업혁명 활용도, 제조업에 못미쳐
3D 프린터로 전투기 엔진 부품, 권총 등을 만들었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조병완 한양대 교수는 한 세미나에서 “인공지능은 DMZ(비무장지대) 철책선이나 해안 감시 무인화, 머신러닝을 바탕으로 전투 장비 재고품과 부속품 관리, 맞춤형 진료·질병 예방, 복잡한 전투 상황에서 신속 정확한 전술 전개 등 국방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 군과 방산의 4차 산업혁명 도입 노력은 아직도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산업연구원(KIET)이 지난 2017년 말 펴낸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 전략’에 따르면 우리나라 방산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은 무인기·로봇 등을 제외하곤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산업연구원이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이 방산과 제조업에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가를 비교한 결과, 방산은 평균 1.9에 머물러 제조업 평균 4.5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점 척도를 기준으로 1점은 미실행, 3점은 조사 검토 단계, 5점은 계획 수립 단계를 의미한다.
방산 분야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미실행과 조사 검토 단계 중간 수준에 있다는 얘기다. 장원준 KIET 방위산업연구부 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은 방산 시스템 아래선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이 어렵다”며 “미국처럼 무기 체계의 점진적 개발을 허용하는 진화적 개발 개념 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 출처 :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1/2019032101719.html